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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북한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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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북한연구
권  호 현대북한연구 23권 3호 2020
발행일 2020.12.31
ISSN 1229-4616 (Print) / 2713-6051 (Online)

간행물 소개

「현대북한연구」 23권 3호에서는 특집논문 2편과 일반논문 4편을 선정하여 싣는다. 특집논문 2편은 고(故) 류길재 교수를 기리기 위하여 준비하였다.

 

고(故) 류길재 교수는 북한 정치 분야의 대표적 학자이다. 1995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북한의 국가건설과 인민위원회의 역할, 1945~1947”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북한 정치를 탐구하고 분석해 왔다. 1987년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1998년에는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교수로 임용되었다. 이후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설립 과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의 차세대를 키워 내는 것에 열정을 쏟았다. 북한 정치와 통일 문제 등을 학생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는 것을 즐겼으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류길재 교수는 냉철한 분석과 더불어 따뜻한 시각을 지닌 학자이자 교육자였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북한 정치를 연구하는 학자를 필요로 하는 곳은 비단 교단만이 아니었다. 우연한 계기로 현실 통일 정책에 깊게 관여하게 되었고, 2013년 3월에는 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점이었다. 열정이 가득했던 그가 이루어내고 싶은 일은 무척 많았으리라. 하지만 분단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 정치의 구조상 통일부 장관의 독자적 영역이나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학자로서의 다양한 비전과 전략이 있었지만 그것을 실행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너무 큰 벽으로 작용했다. 그는 좌절했고, 고통스러워했다. 

 

학교로 돌아온 이후 그는 예전처럼 학생들과 교류하고 토론하며 조금씩 기운을 차려 가는 것처럼 보였다. 모처럼 그와 격의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학생, 교직원, 동료 교수들은 즐거워했다. 점심시간이면 지하 식당에 모여 앉아 ‘북한’에 대해서 토론하던 삼청동 문화가 다시 일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통일과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꿈이 좌절된 것이 그의 몸에도 생채기를 낸 것이다. 그를 떠나보내던 날, 한 학생이 나에게 와서 말했다. 병상에서도 남북관계에 대한 염려와 애정을 잊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만큼 그에게 북한 연구와 통일문제는 모든 것이었다.

 

고 류길재 교수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가 많다. 북한대학원대학교와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모든 식구들은 가슴속에 뭔지 모를 허전함을 느낀다. 때로는 생각이 달라 논쟁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너털웃음과 따뜻한 눈빛으로 정을 나눴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불처럼 활활 타오르며 살았던 동료인 까닭에 경외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겪은 고통과 고뇌를 짐작하며 안쓰러워하기도 했다. 그를 아는 대부분은 아마도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이대근은 고 류길재 교수의 친구이자 동료로서 수십 년을 함께 보내면서 비록 북한에 대한 시각은 서로 달랐지만 북한 연구라는 필드에서 서로 공유하는 문제의식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진보이건 보수이건 대북정책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정치적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한 대북정책이 작금의 한반도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한다. 필자와 류길재 교수 사이에 의견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 차이는 “쓸모가 있”었다. 왜냐하면 둘은 서로 간의 토론과 경쟁을 통해서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 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차이 또한 이렇게 “쓸모가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좌절감마저 느끼게 한다. 필자가 지금 다시금 대북정책을 두고 류길재 교수와 한바탕 논쟁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토론하고, 논쟁하며 서로 간의 의견을 좁혀갈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 이다지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강응천은 고 류길재 교수의 박사학위논문을 찬찬히 톺아보면서 자신의 연구 영역과 문제의식을 밝혔다. 필자는 류길재 교수의 연구 영역의 주제로 박사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시대를 넘어, 세대를 건너 류길재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류길재 교수의 박사학위논문은 북한의 국가 형성기를 단순히 “소련의 개입에 의한 ‘소비에트화’ 또는 외삽국가의 수립과정으로 보는 견해”에 반기를 들고 북한 내부의 정치, 사회경제적 조건에 주목하려는 시도로서 인민위원회를 탐색한 연구였다. 당시의 학적 풍토를 감안해 봤을 때 류길재 교수의 문제의식은 상당히 신선한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류길재 교수의 연구 이후에 북한의 인민위원회의 현실적 함의와 효과에 천착하며 연구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북한을 관통하는 역사 서술에 관심이 있는 필자는 인민위원회의 의미와 현재성에 주목하면서, 생물로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의 북한 체제에 다가가고자 한다. 우리의 시각으로 인해 박제화된 북한이 아니라 우리와 마주하는 ‘존재’로서의 북한을 이해하고자 하는 필자의 연구자로서의 목표는 25년 전 젊은 류길재 교수의 문제의식과 공명하여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된 4편의 일반논문은 다음과 같다. 
윤철기는 1969년 김일성의 ‘가치법칙의 형태적 작용 테제’의 스탈린주의적 기원과 정치경제학적 성격을 분석하고 있다. 김일성의 테제는 가치법칙에 대한 스탈린의 1951년 발표했던 글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김일성의 테제는 북한의 정치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스탈린주의적 해석에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테제가 발표된 이유는 교환과 가치범주 없이는 작동할 수 없는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시스템의 심각한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현존 사회주의 경제에서 교환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시스템의 구조적(혹은 제도적) 한계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윤철기는 이 연구에서 북한경제에서 가치법칙이 ‘정치적’ 그리고 ‘구조적’ 이유 때문에 수정된 형태로 작동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현철·이우영은 통일 이후 남한지역과 북한지역 초등과 중등교원 수요규모를 예측하였다. 통일시기를 2020년, 2025년, 2030년으로 상정하는 경우 통일 이후 첫해의 북한지역 교원순증 규모는 대략 초등교원이 4,000명, 중등교원은 4,500명 내외인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는 각각 남한의 최근 3년간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연평균 신규임용 교원의 72.5%와 92.4%에 해당하는 규모로 통일 이후에 북한지역에 재직 중인 기존 교원을 모두 재임용한다고 해도 현재 남한에서 해마다 신규 채용하고 있는 교원의 두 배 가까운 규모의 신임교원이 필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교원에 대한 장기 공급대책과 함께 비상적인 단기 공급대책 준비의 필요성이 지적되었다.

 

정호근은 전근대성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표출된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장화 속에서 태동한 ‘주민경제권력(Civil economic power)’은 북한의 경제적 권력의 변화와 함께 이념적(I)·정치적(P)·군사적(M) 권력 등 전반적 분야에서 변화를 촉발하였다고 주장한다. 즉, 공산주의에서 현실적인 사회주의로, 수령공동체에서 시장·화폐경제로, 선군정치의 군사적 사회질서로, 정치권력의 수직 전체성에서 수평적 분권화로 이행이며, 그러한 북한이 정상국가로 지속 발전할 것인지, 비정상국가로 변이(變異)될 것인지는 인간의 의식이 자유롭게 발현되는 민주적 장치로 혼종성을 갖춘 IEMP(이념·경제·군사·정치적 권력)의 이행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배인교는 김정은 시대에 등장한 구호 중 인민들의 교양 및 교육과 관련한 당정책 구호들을 예술교육계에서 받아들이고 교과서에 적용시킨 양상과, 북한의 개정교과서 가운데 중학교 과정의 음악 교과서에 실린 민족음악 교육에 대해 고찰하였다. 자강력과 세계화를 동시에 지향하는 북한의 정책이 ‘전반적 12년 무상의무교육제’의 실행과 함께 바뀐 교과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김정일 시대에 이어 민족음악 교육이 어떤 양상으로 중학교 교과서에 적용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북한연구」 편집위원회는 특집논문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고 류길재 교수를 기리는 것은 어떤 형태여야 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기억하고 남겨야 할 것인지도 고민했다. 무엇을 하면 그가 기뻐할까 골똘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연구자, 교수, 행정가 등 너무 많은 이름과 역할로 종횡무진했던 그였기에 더욱 고민스러웠다. 짐작컨대 아마도 그는 북한학 전문 학술지로서 더욱 엄밀하고 정교한 북한 연구의 장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북한학의 다음 세대를 튼튼히 키워 내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읊조릴 것이 분명하다. 결국 그를 기억하는 법은 ‘북한 연구’ 그것밖에는 없다.

 

2020년 12월 
편집주간 김성경

목차

목차
1 길재와 나와 북한[pp.10-34]
이대근(우석대학교)
2 25년을 사이에 둔 대화: 고(故) 류길재 교수와 ‘인민위원회’[pp.35-60]
강응천(북한대학원대학교)
3 김일성의 ‘가치법칙의 형태적 작용’ 테제의 스탈린주의적 기원과 정치경제학적 성격[pp.61-102]
윤철기(서울교육대학교)
4 Forecasting the Demand for Primary and Secondary School Teachers in a Unified Korea[pp.103-139]
Kim, Hyunchul(Sungkyunkwan University)
Lee, Woo Young(University of North Korean Studies)
5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권력의 담론 분석: 마이클 만의 ‘경제적 권력’을 중심으로[pp.140-173]
정호근(동국대학교)
6 김정은 시대 당정책 구호와 중학교 민족음악 교육[pp.174-211]
배인교(경인교육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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